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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의 삶/두두의 책

[인문][독후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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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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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샀을 때 모두들 왜 이 책을 샀냐고 물었다. 그동안 나는 예루살렘에 관심이 있지도 않았고 아이히만이 누군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가스실에서 대량으로 학살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가 왜 어떤 인종을 죽이면서까지 차별시켰으며, 그 인종이 왜 하필 유대인이었으며, 왜 총살이 아닌 가스실이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이 궁금증이 마음 한편에 오랫동안 있었다. 이 책을 산 이유가 바로 나치, 히틀러, 유대인, 가스실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는 내가 궁금했던 것 이외에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었다.

 

 책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독일에서 태어나고 박해받은 유대인인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유대인 학살 주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책이다. 재판에 임했던 판사의 마음가짐과 나치당이 했던 범죄들, 아돌프 아이히만은 어떤 사람이고, 유대인 학살을 진행하면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독일이 전쟁에서 패한 이후부터 재판 전까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아돌프 아이히만은 왜 죄가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이 책을 읽고 내 궁금증은 해소가 되었지만 그 내용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살인이나 그에 동조하는 일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돌프 아이히만을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히만은 전문가가 말하기를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아이히만이 대량학살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유(思惟)하지 않는 것이라고 작가는 마지막에 말했다. 여기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고 사고하지 않으면 나 또한 아이히만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는 꽤 생각하고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내 행동과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이런 사소한 것조차 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히만도 그저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을 뿐이었고 단편적으로는 본인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 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고통받는 사람이 무수히 많은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히만은 벌을 받은 것이다.

 

 아이히만이 사유하지 않아서 악질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는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그가 최선을 다해 수행한 히틀러의 명령은 ‘법의 효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소장의 의미하는 바대로는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우리는 법을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따라야하지 않아도 될 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히만은 본인이 무죄라고 얘기했지만,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일을 한 사람도 많았다. 나치를 위한 유대인이 있었지만 유대인을 위한 독일인들도 있었다. 아이히만과 친독 유대인들은 그 당시의 상황만 판단하고 사유했고, 유대인을 위한 독일인은 최종 해결책(대량 학살)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옳은 판단과 사유를 했다. 그 독일인들은 당시의 법을 넘어서 목숨까지 바치면서 옳지 않은 일에 대항한 자들인 것이다. 우리 모두 법, 사회 분위기를 뛰어 넘어서 옳은 일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사유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스스로 잡는 것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길그레이트북스 81)(양장본 Hardcover)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한길그레이트북스」제81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보고를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것을 바탕으로,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고자 했다. 저자는 아이히만의 사례를 통해 악의 평범성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드러내며, 보편적 유대인 개념이 갖는 허상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어떻게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타자중심적 윤리로 돌아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포스트 모던적 정치사상의 입장에서 이 책이 어떻게 읽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떠한 중요한 논점들을 제공하는지를 조망한 정화열 교수의 해제를 함께 실었다.
저자
한나 아렌트
출판
한길사
출판일
200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