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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의 삶/두두의 책

[소설][독후감] "종의 기원" - 정유정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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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작가 정유정의 장편소설 『종의 기원』.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 작품을 작가는 이렇게 정의한다. 평범했던 한 청년이 살인자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악인의 탄생기’라고.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어 놀라운 통찰력으로 ‘악’의 심연을 치밀하게 그려보인다. 영혼이 사라진 인간의 내면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며 그 누구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던 ‘악’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한다. 가족여행에서 사고로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의 형을 잃은 후 정신과 의사인 이모가 처방해준 정체불명의 약을 매일 거르지 않고 먹기 시작한 유진은 주목받는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열여섯 살에 약을 끊고 경기에 출전했다가 그 대가로 경기 도중 첫 번째 발작을 일으키고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없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약과 늘 주눅 들게 하는 어머니의 철저한 규칙, 그리고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듯한 기분 나쁜 이모의 감시 아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유진은 가끔씩 약을 끊고 어머니 몰래 밤 외출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왔다. 이번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며칠간 끊은 상태였고, 그래서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을 했었던 유진은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의 집에 양자로 들어와 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해진의 전화를 받는다. 어젯밤부터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집에 별일 없는지 묻는 해진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진은 피투성이인 방 안과, 마찬가지로 피범벅이 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핏자국을 따라, 아파트 복층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로 내려온 유진은 끔찍하게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보게 되는데…….
저자
정유정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6.05.16

2022.10.13 ~ 2022.10.23
Score ❤❤


회사 동기분의 인생 책이다. 내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직접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셨다. 감사합니다 :)

 

정유정 작가님은 소설로 유명하신 분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책을 추천받았다고 올렸는데 추천해 준 동기분 말고도 두 명이 이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만큼 유명한 책이었나 보다.

 

1부. 약을 먹지 않으면 환각에 시달리는 유진이는 보수적인 그의 엄마와 같이 산다. 그들의 집은 부유한 듯 보이며 유진의 친구인 해진이와 같이 살고 있다. 유진의 아버지와 형은 죽었고 해진의 할아버지도 죽었다. 해진, 유진, 유진 어머니 셋이 같이 산다. 유진이는 어머니 몰래 새벽마다 달리기를 하러 외출을 하곤 했는데 똑같이 밖에 나갔다 돌아온 후 아침에 집에서 죽어있는 어머니를 발견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머니와 유진이가 다퉜는데 어머니가 유진이를 죽이려 했지만 결국 유진이가 어머니를 죽였다.

2부. 유진이는 간질 환자다. 어머니와 이모는 그런 유진이를 감시한다. 해진은 죽은 유진의 형과 닮았고 어머니는 그런 해진을 해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양아들로 삼는다. 어머니가 유진을 죽이려 한 이유는 유진이 어떤 여자를 죽였고 그 모습을 목격해서 죽인 것이었다. 

3부. 유진이는 여자와 피 냄새에 반응한다. 유진이는 안방에서 어머니의 일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어머니와 이모가 그에게 약을 먹이고 감시한 이유에 대해 알기 위해서.. 유진이가 어린이었을 시절 여자 친구의 머리가 어딘가 박혀있는 그림을 그리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보임으로써 정신과 의사인 이모에게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가 연락을 받지 않자 불안해진 이모가 집에 찾아왔고 이모마저 죽인다.

4부. 작가는 유진이 감정이 메말랐다는 표현을 간간히 내비쳤다. 아버지와 형이 죽은 이유가 밝혀졌다. 유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황상 그가 죽인 게 맞다. 유진은 해외로 도피하려 했으나 해진이 유진이가 엄마와 이모를 죽인 것을 알았다. 자수하라고 해서 같이 차를 타고 경찰서를 가던 도중 자수는 죽기보다 싫은 유진이 동반자살을 택한다.

 

어머니의 일기 중 6월 3일에 쓴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남편과 유민의 49재인 날이었는데 어머니에게 유민과 유진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다. 남편과 똑같이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낳았는데 세상에 나온 두 아이는 너무나도 달랐다. 사랑스러운 아이, 사랑할 수 없는 아이, 알아서 잘하는 아이, 손이 많이 가는 아이, 다가가기 힘든 아이, 신경이 더 쓰이는 아이 등 부모의 입장에서 같은 자식이지만 다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면서도 속상하기도 했다. 근데 책을 끝까지 읽고 나서 확실하게 느낀 점은 아무리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라도 내 자식이기 때문에 내가 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꿈 중 하나는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다. 내가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를 만나보고 싶고 단지 몇 년뿐일지라도 한 인격체의 전부가 되어보고 싶다.


이 책은 비유적인 표현도 많고, 시간의 흐름도 예측이 불가하게 왔다 갔다 한다. 책이지만 영화의 각본을 보는 듯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 4점을 준 이유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고, 떡밥이 많아서 결말 예측이 가능한 책이었고,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다루는 책은 내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확실히 매력이 있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건 싫어하지만 한 글자 마음을 다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