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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의 삶/두두의 책

[에세이][독후감] "여행의 이유"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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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여행의 감각을 일깨우는 소설가 김영하의 매혹적인 이야기 『여행의 이유』.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던 저자가 처음 여행을 떠났던 순간부터 최근의 여행까지 자신의 모든 여행의 경험을 담아 써내려간 아홉 개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지나온 삶에서 글쓰기와 여행을 가장 많이, 열심히 해온 저자는 여행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여행의 이유를 찾아가며 그 답을 알아가고자 한다. 2005년, 집필을 위한 중국 체류 계획을 세우고 중국으로 떠났으나 입국을 거부당하고 추방당했던 일화로 시작해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추방과 멀미》, 일상과 가족,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피로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에 관해 다룬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즐겁고 유쾌하게만 보이는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하면서 하게 된 독특한 여행에 대한 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등의 이야기를 통해 매순간 여행을 소망하는 여행자의 삶, 여행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
김영하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9.04.17

2021.03.05 ~ 2021.03.17

Score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여행의 이유? 좋으니까, 즐거우니까 하는 거 아닌가? 더 이상 어떤 이유가 필요하지?'라는 작디작은 궁금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김영하 작가님의 팬이 되었고 인생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김영하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간단하게 찾아보았다. 작가님은 연세대 같은 과 동기였던 이한열의 죽음을 목도했고 그 후 학생운동에 관여했다고 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고는 컴퓨터 통신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와 작은 공통점이 있어서 기쁘다. 과거 알쓸신잡에 출연했었고, 주홍글씨, 내 머릿속의 지우개, 살인자의 기억법 등 다양한 영화의 원작자이다. 언젠가 작가님의 책과 영화를 다 읽어보고 싶다.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나는 계획을 세워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행 끝나고 기억나는 것은 여행 속 돌발상황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물론 힘든 경험들이었지만 나를 좀 더 성장시켜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호텔은 휴식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업무를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은 무조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전한 휴식 공간인 호텔을 선호하는 것 같다. 여행은 나를 현재로 데려다준다. 현재에 있는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서 여행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나 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게 된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정신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믿음에 집착한다면 여행은 재난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내가 상상보다 경험을 우선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경험한 것이라도 내가 100% 옳다는 생각은 하면 안 될 것 같다. 번역된 책은 작가의 손에서 벗어나서 그 나라의 문화에 스며든다. 우리도 외국서적을 볼 때 번역된 자체로 느끼는 게 좋을 것 같다. 번역된 책은 원본 서적을 더 풍요롭게 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원본 서적을 읽어야 더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을 시켜 대신 여행하게 하고 자신이 나중에 그것을 재구성하는 데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스스로 여행했을 때에는 놓칠 수 있는 것을 타인을 통해 경험하는 것, 타인이 놓쳤을 어떤 것을 상상력을 동원해 복원하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의 정신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보았다. 이 글을 읽기 전에는 타인이 여행하는 것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내가 평생을 여행하는데 쓴다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갈 수 없는 곳과 가고 싶지 않은 곳도 분명히 있다. 이런 점에서 타인의 경험도 충분히 받아들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행자 대신 현지인 할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었고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본인 말고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갚으라고 했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나도 한국에서 출근할 때 집에 지갑을 놓고 버스를 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돈을 빌려주셨다. 계좌이체로 보내드린다고 했지만 현지인 할머니처럼 나중에 나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을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고 하셨다. 그리고 미국 여행하면서 엄청 친절하신 할머님을 만난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외곽에서 시내로 가야 했었는데 가는 방법을 몰라 헤맸었다. 어떤 할머니를 만나게 되어 도움을 받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지만 과하지 않았고 죄송하단 마음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컸다. 나중에 한국 도착해서였나 미국 또 오게 되면이었나 메일로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도 내가 보답받은 만큼 돌려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없을 땐 가진 것을 뽐내려 여행을 하고, 짊어진 짐이 많을 땐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한다. 솔직히 해외여행 갔다 왔다는 사실을 뽐내고 싶은 마음은 많았다. 여행을 갔다 오면 항상 SNS에 올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뽐내려고 하는 여행보다 내가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여행은 오로지 나를 위해 여행을 하고 싶다. 이주와 여행, 현실과 소설.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여행은 때론 무서울 수도 즐겁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곳으로 도전하고 다시 익숙해지면 나는 한 단계 성장해있을 것이다. 성장하는 나를 돌아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그렇게 모두 여행자라고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환대했다면, 그리고 그들로부터 신뢰를 받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별이 힘든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책을 읽으면 책 속의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이 책은 특별했다. 여행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할 만큼 여행을 좋아한다. 사람마다 여행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나는 새로운 것을 보고,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여행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모든 여행마다 배울 점이 있었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행복했었다. 나에게 여행의 목적은 이걸로 충분하다. 나는 호모 비아토르로 살아갈 것이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는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인생 자체도 하나의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그 속에 크고 작은 여행들을 즐기며 살아가고 싶다.